800㎞의 거대한 쉼표…혼자 걷다, 나를 찾았다

입력 2022-03-31 17:40   수정 2022-04-01 01:48


길은 인간이 걸어온 역사가 숨겨져 있다. 마음을 정화시키는 순례길부터 인간의 한계를 가늠해보는 험난한 길, 눈부신 풍경이 일품인 바다길까지 세계에서 이름난 트레킹 코스를 소개한다.
내적인 평화 느낄 수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
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킹길이다.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연간 30만 명이 찾았다. 유럽의 여러 곳에서 출발해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(Santiago de Compostela)로 향하는 약 800㎞에 이르는 길이다. 목적지에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고보의 무덤이 있다.

산티아고 순례길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‘카미노 데 프란세스(프랑스 사람들의 길)’이라고 불리는 코스다. 프랑스 남부의 국경 마을인 생장피데포르에서 시작해 피레네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진다.

11∼15세기에 번성했던 이 순례길은 16세기 종교개혁 이후로 쇠퇴했다.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는 최초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방문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에게 다시금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. 산티아고 순례길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87년 파울로 코엘료의 《순례자》가 출간된 이후 유명세를 타면서부터다. 1993년 ‘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’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.

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자는 대부분 트레킹과 흥미를 위해 찾는다. 종교적인 순례의 의미보다는 세계 각국에서 이 길을 걷기 위해 온 사람을 만나고, 그 사람들과 같이 800㎞나 되는 길을 걸으며 친목을 다지고 내적인 평화를 찾기 위한 것이다.

완주까지는 짧게는 30일에서 길게는 40일 정도 걸린다. 카미노 데 프란세스는 피레네산맥의 우거진 숲과 스텝 평원, 깊은 계곡과 뾰족한 산맥 등 스페인 북부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. 마을마다 ‘알베르게’라고 불리는 순례자 전용 숙소가 있다.
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‘왕의 길’ 쿵스레덴
스웨덴 북부의 아비스코에서 남쪽의 헤마반까지 440㎞에 달하는 쿵스레덴(Kungsleden) 트레킹 코스는 전 세계 트레커들에게 꿈의 장소다. 쿵스레덴을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‘킹스 로드(King’s Lord)’다. 즉 ‘왕의 길’이다. 시시때때로 변하는 궂은 날씨, 돌무더기 지대와 오르막길 코스 등 극한의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트레커들에게 매력적이다.

트레킹 코스 중 하이라이트는 니칼루옥타(Nikkaluokta)에서 아비스코(Abisco)에 이르는 110㎞ 코스다. 모든 음식을 직접 해먹고 야외 취침까지 감행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.

사람이 살기엔 척박한 야생의 땅에 조성된 트레일로 연중 6월부터 9월까지 열린다. 백야를 즐기고 눈 덮인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며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. 스웨덴 최고봉인 케브네카이세부터 싱이까지는 거대한 산들로 둘러싸인 골짜기를 볼 수 있다.
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 친퀘테레
이탈리아 친퀘테레 트레킹 코스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혹적인 걷기 길이다. 다섯 개의 땅을 의미하는 친퀘테레는 몬테로소알마레, 베르나차, 코르닐리아, 마나롤라, 리오마조레 등 다섯 마을로 이뤄져 있다. 해안 절벽의 좁은 틈을 파고들어 형성된 마을들은 오랫동안 고립돼 있었고, 산악지형이어서 해안도로가 매우 좁다. 마을과 마을 간 거리는 2~3㎞에 불과하지만 트레킹 코스는 내륙으로 우회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길다.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트레킹 코스로 명성이 높다. 짙푸른 바다와 파스텔톤 집들 속에 다양한 상점과 갤러리, 레스토랑, 카페를 만나볼 수 있다.

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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